리우 올림픽 펜싱 박상영이 귀국해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금메달 따고 연락을 많이 받았나.
"SNS 메시지가 1500개 정도가 왔다. 400개를 확인하고 잠들었는데 깨어보니 2배가 넘게 더 와있더라. '지금 수능 준비를 하고 있는데 경기를 보면서 정말 많이 힘을 얻었다'는 팬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어떤 생각이 들던가.
“사실 휴대폰 메시지 알람이 계속 울려서 제대로 잠을 못 잤다.”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입 모양이 화면에 잡혔다. 한국에서 큰 화제가 됐는데.
“평소 자주 하는 말은 아니었다. 강한 상대에게 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입 밖으로 나왔다. 그 뒤에 보이지 않던 상대방 선수의 약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임레가 ‘10-14에서 갑자기 전술이 바뀌어 당황했다’고 하던데.
“10-14가 되면서 상대가 경기를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았다. 역으로 공격 속도를 늦췄더니 상대가 생각대로 반응했다. 내가 만든 덫에 걸렸다.”
어머니하고는 통화는 했나.
“기자분들이 전화를 많이 해서 어제는 연결이 안 됐다. 오늘 아침에서야 통화했는데 감정이 많이 가라 앉으셨는지 울지 않더라.(웃음) 담담한 목소리로 ‘보고 싶다’고 하시더라.”
기적을 이뤄냈다는 평가가 많다.
“2013년 대표팀에 처음 들어왔을 때 단체전 경기에서 스위스에 10점 이상 뒤지고 있었다. 경험이 많지 않은 내가 실수를 많이 했다. 형들이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고 말해준 게 기억난다. 올림픽은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메달은 신이 내려준다’는 말을 많이 한다. 난 ‘할 수 있다’고 외쳤고, 신이 답을 해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특정 종교를 믿는 건 아니다.”
귀국해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운전면허를 따고 싶다. 고3 때부터 선수촌에 들어가 합숙훈련을 했다. 운동만 하느라 시간이 없었다.”
어린 시절 집안 사정이 어려웠다고 들었다.
“부모님이 가정 경제 이야기를 전혀 안 하셨다. 학원비가 밀리고, 점점 작은 집으로 이사하면서 형편이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펜싱을 시작하게 된 계기 중 하나다.”
젊은 나이에 큰 성공을 이뤘다.
“올림픽 메달을 따면 큰 관심을 받지만 한 달쯤 지나면 관심이 줄어든다고 들었다. 4년 뒤 올림픽 때는 오히려 부담이 된다고 하더라. 나는 성공보다 성장이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성공은 뒤에는 실패가 기다리고 있지만 성장은 끝이 없다. 나는 계속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평소 책 읽는 걸 좋아하나.
“아버지가 자주 책을 선물로 주신다. 직접 책 표지 뒷장에 글을 남겨주신다. 이번 올림픽에는 『왓칭』이라는 책을 들고 왔다. 생각하면 모든 게 이뤄진다는 내용이다. 원래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상하게 이번 올림픽 때는 긴장이 안됐다. 준비를 충실히 했고, 사고를 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14일 단체전이 남았다. 2관왕을 기대하나.
“사실 나는 욕심과는 거리가 멀다.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 경기가 잘 풀린다. 2관왕 생각은 일부러 하지 않는다. 단체전에서도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 팀 선배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않다.”
"성공 뒤에는 실패가 기다리고 있지만, 성장은 끝이 없다. 나는 계속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