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이상 기후로 몸살
지중해에선 폭염暴炎, 인도에서는 폭우暴雨 피해
지구촌이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터키와 그리스 등 지중해 지역에서는 섭씨 40도를 웃도는 폭염이 계속됐고, 몬순기에 접어든 인도에선 평년보다 훨씬 많은 양의 비가 내려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7월 2일(현지 시간) 터키 남부 안탈리아Antalya에선 수은주가 섭씨 45.4도까지 올랐다. 이스탄불Istanbul은 사상 최고 기온인 39.2도를 기록했다. 이즈미르 지방에선 고온에 산불까지 발생해 500여 헥타르의 숲이 불에 탔다. 기상학자들은 북아프리카의 더운 공기가 북상하여 유럽 지역에 이상 고온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에서도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됐다. 수도 아테네Athens를 포함해 대부분 지역에서 섭씨 40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졌으며 오존 수치 또한 매우 높았다. 불가리아도 44도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수도 소피아Sofia에서만 5명이 숨졌다.
중동도 폭염에서 예외가 아니다. 아랍에미리트UAE 기상센터에 따르면 지난 6월 15일 아부다비Abu Dhabi 부근 리와 사막 마디나트 자예다트 지역의 낮 최고 기온은 50.8도를 기록했다. 6월 16일 낮과 17일에는 리와 사막 메자이라 지역의 기온이 각각 51.5도, 50.5도까지 치솟았다. 이란 아흐바즈Ahvaz, 쿠제스탄Khuzestan 등 이란 남부 지역의 낮 최고 기온도 50도 안팎까지 오르면서 이 지역 한 대학 기숙사에서는 학생들이 에어컨 설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영국과 미국이 열대지방인 태국보다 수은주가 더 높이 올라가는 등 곳곳에서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이 깨지고 있다. 미국의 남서부 지역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네바다 주에는 기상청에서 ‘매우 위험한 수준의 폭염’이 몰려오고 있다는 경고를 내렸다. 지난 6월 18일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Sacramento의 평균 기온은 섭씨 41.1도로, 75년 만에 최고 기록이던 섭씨 40.5도를 경신했다. 애리조나 주는 최근 1990년에 기록했던 역대 최고 6월 기온 섭씨 ‘50도’에 근접한 49도를 기록했다. 애리조나 지역 주민들은 SNS에 ‘녹아버린 플라스틱 벽’, ‘더위에 쓰러진 우편함’, ‘자동차에서의 빵 굽기’ 등의 사진을 올리며 더위를 하소연하고 있다.
연교차가 크지 않은 영국도 유례없는 이상 고온 현상으로 열대기후 지역인 태국보다도 높은 평균 기온을 보이고 있다. 여름에 선선하고 겨울에 따뜻한 영국의 7월 평균 기온은 섭씨 16.4도, 런던은 17.6도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 6월 18일 런던의 최고 기온은 섭씨 31.9도를 기록하며 평년보다 10도 가량 상승했다. 특히 남부 지역의 현재 기온은 인도 방갈로Bangalore나 모로코의 카사블랑카Casablanca는 물론 지중해성 기후인 그리스보다도 훨씬 높다. 이런 고온 현상은 유례없는 일로, 남부 및 남동부 지역의 기온은 평년보다 섭씨 10도가량 높은 편이다.
반면 몬순기에 접어든 인도에선 폭우가 계속되고 있다. 비는 6월부터 계속됐으며, 강우량은 기록적인 수준이다. 지난 6월 한 달 동안 191.9㎜가 내렸는데 지난 2007년 150.9㎜의 강우량을 기록한 이후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또 평년 강우량 대비 289%에 달한다. 수도 뉴델리New Delhi뿐만 아니라 인도 서부 구자라트 주, 북서부 라자스탄 주 등에서도 강우량이 평년 수준을 웃돌아 열차 운행이 중단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한편 세계기상기구WMO(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는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예외적으로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US 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과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European Centre for Medium-Range Weather Forecasts)의 분석을 인용하여 지난 5월 한 달 동안 육지와 바다 표면에서 관측된 기온은 지난해에 이어 관측 사상 두 번째로 높았다고 한다. 이는 아직 엘리뇨El Niño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결과라고 하므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 열기는 더 강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때 이른 불볕더위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 마노아 하와이대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100년쯤에는 세계 전체 인구의 4분의 3 정도가 매년 살인적인 폭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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