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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월과 경허 그리고 전염병 / 고명섭 :2020-03-22 https://bit.ly/39dlUHA 19세기 서세동점의 양상을 보여주는 것 가운데 하나가 서쪽에서 들어온 호열자, 곧 콜레라의 대유행이었다. 이 괴질은 100년 가까이 조선 땅을 휩쓸며 민중의 삶을 도탄에 빠뜨렸다. 수십만 백성이 괴질의 정체가 뭔지도 알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갔다. 이 역병이 창궐하던 시기에 오히려 민중의 마음을 얻어 교세를 확장한 것이 바로 동학이었다. 동학의 2대 교주 해월 최시형(1827~1898)은 괴질의 유행 경로를 꿰뚫어 보고 이렇게 말했다. “침을 아무 데나 뱉지 말며, 코를 멀리 풀지 말라. 코나 침이 땅에 떨어졌거든 닦아 없애라. 먹던 밥을 새 밥에 섞지 말고 먹던 국을 새 국에 섞지 말라. (…) 이리하면 연달아 감염되지 않을 것이다.” 해월의 위생학적 통찰은 동학교도들을 콜레라로부터 지켜주었고, 동학에 들어가면 괴질에 당하지 않는다는 말이 퍼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