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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체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걸까? 쉽지 않은 이 질문의 돌파구는 의외의 인물에게서 찾아진다. 하이젠베르크와 함께 양자역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에르빈 슈뢰딩거는 1943년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의 트리니티칼리지에서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3회에 걸친 강연을 하는데, 여기서 그는 생명 현상의 열쇠를 쥐고 있는 유전자는 ‘분자’ 혹은 ‘비주기적 결정’이며, 그 구조를 지배하는 것은 양자물리학이라는 견해를 내놓는다.
이 견해는 생물학계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이후에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스토리가 전개된다. 분자생물학이 출현하고 DNA 이중나선의 구조가 발견되는 극적인 드라마 말이다. 가장 근접했지만 불운했던 라이너스 폴링과 로절린드 프랭클린이 있었기에 크릭과 왓슨이 유전자 복제 메커니즘을 발견할 수 있었다. 프랜시스 크릭은 DNA 주형으로부터 RNA가 합성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RNA가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원리 즉 ‘센트럴 도그마’를 내놓았다. 이어 프랑스와 자코브와 자크 모노는 대장균에서 ‘오페론’이란 유전자 발현의 조절 단위를 밝혀낸다. 이후 분자생물학의 발전은 가속 페달을 밟아, 약 30억개의 뉴클레오티드 염기쌍의 서열을 모두 밝히는 기념비적 프로젝트인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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