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마뇽인, 즉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가 20만년전의 뼈가 발견됐다.
네안데르탈인이 우리보다 뇌용량이 컸다. 그런데 전두엽쪽 발달은 덜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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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8일자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30만 년 전 현생인류 화석을 보고한 논문이 그런 경우다. 앞에 언급했듯이 30만 년 전 호모 날레디가 현생인류와 공존했을 거라는 시나리오는 당시 호모 사피엔스가 살고 있었다는 말이지만 이전까지는 동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발굴된 2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 화석이 가장 오래된 것이었다.
따라서 호모 사피엔스의 ‘공식적인’ 역사는 20만 년이고 실제 대부분의 문헌은 그렇게 쓰고 있다. 그럼에도 호모 날레디를 발견한 고인류학자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가 그보다 더 오래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확실한 증거, 즉 화석이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배경에는 게놈정보를 해석해 인류진화의 연대를 추정한 결과에 대한 믿음이 있다. 2000년대 들어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이 해독되면서, 이들과 현생인류의 공통조상이 대략 60만 년 전에 갈라진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게놈에서 일어나는 DNA 염기의 임의 돌연변이 속도를 특정한 값으로 놓고 산출한 결과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추정일 뿐이다. 아무튼 이에 따르면 60만 년 전에서 20만 년 전 사이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했다는 말이다.
이런 중에 30만 년 전에는 현생인류가 아프리카 대륙을 누비고 다녔을 거라는 강력한 ‘간접증거’를 담은 논문이 2013년 발표됐다. 즉 Y염색체 게놈을 분석한 결과 아프리카 카메룬에 사는 음보족(Mbo)은 다른 인류와 대략 34만 년 전(뒤에 28만 년으로 약간 줄어듦)에 공통조상에서 갈라졌다는 놀라운 내용이었다. 음보족 사람들도 당연히 호모 사피엔스이므로(아니라면 인류학 최대의 발견이다!) 늦어도 30만 년 전에는 현생인류가 확립됐을 거라는 말이 된다. 이번 발견으로 더 오래된 화석이 나오기 전까지는 ‘30만 년 전 등장한 현생인류’라는 표현이 공식적으로 쓰일 것이다.
‘네이처’ 6월 8일자에는 이번 발견을 담은 논문 두 편과 이에 대한 해설이 실렸다. 읽어보니 50년이 넘는 꽤 복잡한 역사가 얽혀있었고 그 사이 논란도 있었던 것 같다. 해설과 논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 발견의 의미를 소개한다.

● 눈 위 뼈 융기 뚜렷해 네안데르탈인으로 착각
1961년 북서아프리카 모로코의 제벨 이르후드의 한 채석장에서 사람 뼈 화석이 발견됐다. 이 소식을 듣고 프랑스의 고인류학자들이 현장을 찾았고 이듬해까지 거의 완전히 보존된 두개골을 포함해 화석 여러 점과 이들이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석기들을 수습했다. 연구자들은 화석을 분석한 결과 4만 년 전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이라고 발표했다. 당시는 네안데르탈인에서 현생인류가 진화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두개골에서 보이는 안와 상부의 융기(눈 위에 툭 튀어나온 뼈)가 네안데르탈인의 전형적인 특징이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이 화석을 ‘아프리카의 네안데르탈’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화석을 좀 더 면밀히 관찰한 연구자들은 이 화석의 주인공이 네안데르탈인이 아니라 현생인류, 즉 호모 사피에스라고 결론을 내렸다. 즉 안와 상부의 융기가 보이지만 그 정도가 네안데르탈인보다 덜 하고 무엇보다도 뺨과 턱, 치아 등 얼굴의 전반적인 특징이 억센 네안데르탈인보다도 섬세한 현생인류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다만 얼굴이 좀 더 넓적하고 컸다.
2007년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한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1968년 발굴된 아이의 턱뼈를 상세히 조사한 연구결과를 실었다. 즉 치아의 성장패턴을 분석한 결과 호모 사피엔스가 확실하다는 사실을 밝혔다. 현생인류의 치아 발달은 호모 에렉투스나 네안데르탈인보다 천천히 진행된다. 한편 전자스핀공명연대측정법으로 연대를 측정한 결과 16만 년 전 인류로 밝혀졌다.

그런데 이번에 추가 발굴의 결과가 발표되면서 연대가 거의 두 배나 더 오래됐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와 프랑스 콜레주드프랑스 등 공동연구자들은 제벨 이르후드 유적지를 추가 발굴하는 과정에서 보존이 잘 돼 있는 7번 층에서 인골 화석을 여러 점 수습했다. 아울러 6번 층과 7번 층에서 이들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석기들을 무더기로 발굴했다.
석기 중에는 불에 탄 흔적이 있는 부싯돌이 여러 점 있었는데, 연구자들은 6번 층의 시료 8점, 7번 층의 시료 6점을 대상으로 열발광연대측정법을 써서 연대를 측정했다. 광물이나 토기 같은 물질의 결정에는 결함이 존재하는데 주위의 방사성 동위원소가 붕괴할 때 나오는 방사선을 흡수해 불안정해진 결정의 전자가 결함에 포획된다. 따라서 시간이 오래될수록 포획된 전자의 개수도 늘어난다. 이 물질을 500도가 넘는 고온에 두면 포획된 전자가 에너지를 얻어 탈출하면서 빛을 낸다(열발광). 이때 빛의 세기를 측정해 시료의 연대를 추측한다. 불에 탄 부싯돌이 좋은 시료인 이유는 불의 열기로 결정 결함에 잡혀있던 전자가 다 빠져나가 ‘영점조절’이 된 이후에 다시 전자가 축적된 것이기 때문이다.
열발광연대측정 결과 6번 층의 시료들은 평균 30만2000년, 7번 층의 시료들은 평균 31만5000년 전에 불에 탄 것으로 분석됐다. 측정과정의 불확실성을 감안한 표준편차는 3만 년 정도다. 따라서 사람의 뼈가 나온 7번 층의 연대는 35만~28만 년 전이라고 볼 수 있다.
연구자들은 2007년 논문에서 16만 년 전으로 추정된 턱뼈 화석의 측정과정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해 다시 정밀하게 측정을 했고 그 결과 28만6000년 전이라는 새로운 결과를 얻었다. 이는 7번 층 부싯돌의 열발광연대측정 결과의 범위 안에 들어가는 값이다. 따라서 대략 30만 년 전이라고 볼 수 있고 따라서 호모 사피엔스의 공식역사가 기존의 20만 년 전에서 10만 년이나 더 길어진 셈이다.

● 네안데르탈인도 비슷한 길을 걸었지만…
한편 영국 국립자연사박물관의 크리스 스트링어 박사와 줄리아 골웨이-위텀 박사는 같은 호에 이번 발견에 대한 해설을 썼는데 뒷부분에서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즉 이번 3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 화석과 지난 2014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43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 화석을 소개하면서 그 뒤 두 종에서 일어난 진화과정을 비교했는데 꽤 흥미롭다.
앞서 얘기했듯이 게놈 분석 결과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는 대략 60만 년 전 공통조상에서 갈라서 제 갈 길을 갔다. 따라서 외모도 점점 멀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43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과 3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 사이의 차이는 우리가 익숙한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차이보다 적지 않을까. 글과 함께 실린 두개골 비교 사진을 보면 그런 것 같다. 1962년 전문가들조차 이 화석을 ‘아프리카의 네안데르탈인’이라고 불렀을 정도다.
43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은 옆에 있는 6만~4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과 안와 상부 융기 등 얼굴 형태는 비슷하지만 좀 더 넓적하고 무엇보다도 뇌 크기가 더 작다. 즉 네안데르탈인 역시 얼굴의 형태가 먼저 잡히고 그 다음으로 뇌가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말이다. 흥미롭게도 비슷한 시기 동아시아의 호모 에렉투스 역시 뇌가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났다.
저자들은 세 종에서 뇌가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났지만(수렴진화) 뇌의 세부적인 구조에서는 차이가 생겨 결과적으로 인지능력이 더 뛰어나게 진화한 현생인류가 다른 인류를 몰아내고 지구를 차지했을 거라고 설명한다. 즉 30만 년 전 초기 호모 사피엔스는 아직 ‘슬기로운(sapiens)’ 존재가 아니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