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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가 본 ‘인터스텔라’


박석재 연구위원은 영화의 백미로 에드워드 행성으로 가는 항로에 있는 블랙홀 ‘가르강튀아’를 꼽는다. 영화사상 그리고 천문학 연구 사상 블랙홀의 모습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했기 때문이다. 원래 블랙홀은 볼 수 없다. 빛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화 속에서 시꺼먼 블랙홀을 둘러싼 화려한 빛은 무엇일까. 원래 블랙홀 뒤에 있어 보이지 않아야 할 별빛이 블랙홀의 강한 중력렌즈 효과를 받아 휘면서 우리 눈에 보인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블랙홀의 중심이 주변 물질을 끌어당겨 원반을 만들고, 끌어당겨진 가스가 수축하며 빛을 내 원반이 빛나는 모습 그리고 중력이 원반을 뒤틀어서 만드는 무지개색 화염조차 사실적으로 구현해냈다. 박 연구위원은 “글자와 대략적인 그림만으로 알고 있던 현상이 눈앞에 영상으로 펼쳐지는 모습이 경이로웠다”며 이 작업을 해낸 미국 칼텍 교수인 킵 손과 영화 제작팀에 경의를 표했다.


“5차원 공간을 초끈이론으로 풀어냈다”

- 송용선 이론천문연구센터 연구원, 우주론 전문가

일반상대성 이론을 제창한 아인슈타인은 말년에 전자기현상과 중력을 포괄하는 ‘통일장 이론’을 연구했으나 실패했다. 인터스텔라는 이 꿈을 이뤄줄 이론을 맛보기로 보여주고 있다. 쿠퍼가 블랙홀에 들어간 뒤 미지의 존재에 의해 들어가게 된 5차원 공간 안에서다. 송용선 연구원은 이 장면에서 “초끈이론이 숨겨져 있다”고 짚어냈다.

지금까지 알려진 자연에 존재하는 힘은 4가지로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강력), 약한 핵력(약력)이 있다. 전자기력과 약력, 강력은 하나로 통일됐지만, 중력은 아직까지도 나머지 힘과 통일돼 있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초끈이론이다. 우주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를 입자가 아니라 아주 작은 끈으로 보는 이론이다. 이 끈은 끊임없이 진동하는데, 진동하는 유형에 따라 고유의 성질이 생긴다. 또 수많은 차원에서 각각 고유한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각종 물리법칙에도 위배되지 않는, 마치 게임에서 깍두기 같은 존재다.

영화의 절정 부분에서 나오는 5차원 공간은 각본가와 감독이 첨단 현대물리 이론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참신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5차원 공간에 들어간 쿠퍼는 인류를 구할 중력방정식의 실마리를 머피에게 전달한다. 손 교수에게 자문을 받은 각본답게, 쿠퍼는 전달 방법으로 ‘중력’을 선택했다. 쿠퍼가 들어간 5차원은 시공간을 초월한 곳이다. 쿠퍼는 이 공간 안에서 자신의 과거와 머피의 현재 상황을 지켜본다. 위치와 장소를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지만 파동이나 빛, 전자기력으로는 시공간에 영향을 줄 수 없다. 가능한 것은 오직 중력뿐이다. 쿠퍼는 중력을 이용해 의사를 전달한다.

송 연구원은 “실제로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을 통과해서 5차원 공간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영화는 블랙홀의 극한성을 5차원 공간으로 들어가는 문으로 삼아 현실과 허구를 그럴 듯하게 섞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5차원으로 넘어가는 방법은 당연히 없다.

중력은 어떻게 차원을 넘어섰나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차원은 점, 선, 면의 3차원 공간에 시간의 1차원을 더한, 3+1차원(4차원)이다. 초끈이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차원은 원래 10~11차원까지 있는데, 빅뱅 후 나머지 5~11차원이 수축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둥근 원형이었던 우주는 고차원 우주가 수축하면서 도넛 모양이 됐다. 이런 세상에서 전자기력이나 약력, 강력, 빛 등은 끈의 양끝이 4차원에 단단히 고정돼 있다. 그래서 이 힘들은 차원을 넘어서지 못한다. 하지만 중력 끈은 원형으로 차원에 고정돼 있지 않다. 그래서 차원을 넘어설 수 있다.

Posted by 바람을본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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